대한민국은 법적으로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1997년 12월 이후 단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1]. 그 사이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고, 세 번째 위헌법률심판은 7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2][3]. 2026년 8월 현재 사형제를 둘러싼 상황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공식 자료를 근거로 정리했다.
사형이란 무엇인가: 정의와 대한민국의 법적 근거
사형(死刑)은 국가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로, 대한민국 형법이 규정한 형벌 중 가장 무거운 형이다. 형법 제41조는 사형을 형의 종류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으며, 살인죄(형법 제250조)를 비롯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군형법」 등 여러 법률에 사형 조항이 존재한다[3].
집행 방법은 적용 법률에 따라 다르다.
| 구분 | 집행 방법 | 근거 법령 |
|---|---|---|
| 일반 형법 | 교정시설 안에서 교수(絞首)하여 집행 | 형법 제66조 |
| 군형법 | 총살 | 군형법(특별법 우선 원칙 적용) |
집행 절차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 사형은 법무부장관의 명령으로 집행하며,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집행을 명해야 하고, 명령이 내려지면 5일 이내에 집행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463조, 제465조·제466조). 다만 이 기한 규정은 훈시규정으로 해석되어 강제력이 없고, 실제로는 1997년 이후 이 절차 자체가 작동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 사형제 현황: 마지막 집행일과 사형수 규모
대한민국의 마지막 사형 집행일은 1997년 12월 30일이다. 당시 지존파 사건 관련자 등 23명에 대한 사형이 한꺼번에 집행됐다. 이후 2026년 8월 현재까지 약 28년 8개월, 햇수로는 29년째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형이 확정된 후 미집행 상태로 수감 중인 사형수는 2024년 이후 57명(민간인 53명, 군인 4명)이다. 2023년까지는 59명으로 집계됐으나, 그해와 이듬해 병사(病死)한 수형자가 발생하면서 인원이 줄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 등이 이 미집행 사형수에 포함돼 있다.
법무부는 매년 「교정통계연보」를 통해 수용자 현황 통계를 공개하고 있으며, 관련 데이터는 공공데이터포털의 오픈API로도 제공된다[5].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무슨 뜻인가
국제앰네스티는 법률상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어도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를 ‘실질적 사형폐지국(de facto abolitionist country)’으로 분류한다. 대한민국은 1997년 12월 마지막 집행 이후 10년이 지난 2007년, 국제앰네스티에 의해 이 범주로 분류됐다.
국제앰네스티의 2024년 연례 사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법적으로 완전히 폐지한 국가는 113개국이며, 법적 폐지국과 실질적 폐지국을 합치면 145개국에 이른다. 실제로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15개국으로 2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확인된 전 세계 사형 집행 건수 자체는 1,518건으로 2015년 이후 최고치였는데, 이는 중국·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소수 국가에 집행이 집중된 결과다.
즉 ‘실질적 폐지국’은 법과 제도상 사형이 남아 있고 법원이 사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형을 아예 법에서 삭제한 ‘완전 폐지국’과는 다른 개념이다. 대한민국 법원은 지금도 사형을 선고할 수 있고, 실제로 선고 사례도 있다. 다만 그 형이 집행되지 않을 뿐이다.
헌법재판소 사형제 심판의 역사: 1996년, 2010년, 그리고 진행 중인 2019헌바59
사형제의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지금까지 두 차례 정면으로 다뤄졌고, 세 번째 사건이 현재 심리 중이다.

| 사건번호 | 선고일 | 결과 | 재판관 의견 |
|---|---|---|---|
| 95헌바1 | 1996년 11월 28일 | 합헌 | 합헌 7 : 위헌 2 |
| 2008헌가23 | 2010년 2월 25일 | 합헌 | 합헌 6 : 위헌 4(전면위헌 3, 일부위헌 1) |
| 2019헌바59 | 심리 중(미선고) | – | – |
1996년 결정(95헌바1)에서 헌법재판소는 사형 제도가 비례의 원칙을 지키는 한 헌법상 허용된다고 봤다. 다수의견은 합헌이었지만, 김진우·조승형 재판관은 인간 존엄성과 생명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의견을 냈다[2].
2010년 결정(2008헌가23)에서도 결론은 합헌이었지만,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4명으로 늘었다. 이 중 조대현 재판관은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을 제외한 일반 사형에 대해서만 위헌 의견을, 김희옥·김종대·목영준 재판관은 전면 위헌 의견을 냈다. 9명 중 5명이 찬성해야 위헌 결정이 나는 헌법재판소 구조상, 4대6은 합헌으로 결론 났지만 위헌 의견이 과반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3].
세 번째 사건인 2019헌바59는 2019년 2월 접수된 위헌법률심판(헌법소원)으로, 2022년 7월 공개변론까지 열렸으나 2026년 8월 현재까지 선고되지 않고 있다. 접수 후 7년을 넘긴 셈으로,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사건 가운데 가장 오래 미제 상태인 사건으로 꼽힌다.
지연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째, 헌법재판소가 사형제처럼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은 재판관 9인 완전체 체제에서 결론을 내려 하는데, 정치권의 대립으로 재판관 공석이 장기화되며 완전체 구성이 어려웠다. 둘째, 헌법재판소장이 유남석·이종석·문형배(소장 권한대행) 순으로 짧은 주기로 교체되면서 사건이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이어졌다. 셋째, 2024년 12월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심판을 비롯한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몰리면서 기존 사건 처리에 배정할 여력이 크게 줄었다. 2024년 7월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오영준 재판관 취임으로 9인 체제가 갖춰진 이후에는 심리가 재개될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거
사형제 존폐 논쟁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 존치론
- 흉악범죄에 대한 응보와 피해자·유족의 정의 회복이 필요하다
- 극악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잠재적 범죄를 억제한다
- 연쇄살인 등 재범 위험이 극도로 높은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수 있다
- 폐지론
- 오판으로 무고한 사람이 처형되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과거 사법살인 사례가 근거로 제시된다)
- 생명권은 헌법상 가장 근본적인 기본권으로, 국가라도 이를 박탈할 수 없다
- 사형이 실제로 범죄 억제 효과가 있는지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 이미 10년 넘게 미집행 상태인 만큼, 법과 현실의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
여론은 존치 쪽이 꾸준히 우세하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2022년 7월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9%,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23%, 의견 유보가 8%였다[4]. 같은 기관의 시계열을 보면 1994년부터 2022년까지 여섯 차례 조사에서 매번 존치론이 폐지론을 앞섰으며, 2003년에는 존치 52%·폐지 40%로 격차가 가장 좁았고 2018년에는 존치 응답이 80%까지 올랐던 시기도 있다.
국회에 발의된 사형 폐지 특별법안, 어디까지 왔나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사형제 폐지를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박지원 의원 등 65인은 2024년 11월 29일(세계 사형반대의 날)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의안번호 2206080)을 발의했다[6].
| 구분 | 내용 |
|---|---|
| 발의일 | 2024년 11월 29일 |
| 발의자 | 박지원 의원 등 65인 |
| 핵심 내용 | 형법 및 관계 법률의 사형을 폐지하고,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종신징역·종신금고)으로 대체 |
| 소관위 회부 | 2024년 12월 2일, 법제사법위원회 |
| 상정 | 2025년 7월 1일(제426회 국회 임시회) |
| 처리 경과 | 상정 → 제안설명 → 검토보고 → 대체토론 → 법안심사소위원회 회부 |
법안 제안 이유서에는 사형제가 이미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판단과 함께, 과거 오판으로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이 집행됐던 사례, 국제인권기준과의 정합성 문제가 근거로 제시돼 있다[6]. 다만 2026년 8월 현재 이 법안은 법사위 소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본회의 통과 여부와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사형제처럼 사회적 이견이 큰 사안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상임위 문턱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실제 입법까지는 추가적인 논의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의 정확한 심사 진행 상황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의안번호로 조회해 확인할 수 있다[7].
국가인권위원회도 매년 10월 10일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전후해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위원장 성명을 발표해 왔다. 다만 사형제 대안으로 거론되는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도입에 대해서는, 이 역시 인간의 존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형제 폐지와 함께 신중히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해외 사형제 동향과 비교: 2026년 미국·이스라엘 사례
2026년 들어 해외에서는 사형제를 둘러싼 상반된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형 집행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 2025년 한 해 미국 전역에서 47명이 사형 집행됐는데, 이는 2024년(25명)의 약 두 배이자 2009년 이후 최다치다. 2026년에도 8월 기준 22건이 집행됐으며, 플로리다주가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연방 차원에서는 사형제 적용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이 서명되며 독극물 주입, 총살형 등 집행 방식이 확대되는 추세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내 사형제에 대한 여론 지지도는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실제 집행 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역설이다.
이스라엘에서는 2026년 3월 30일 크네세트(의회)가 ‘테러리스트 사형법’을 찬성 62표, 반대 48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테러 관련 살인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군사법원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며, 기존에 요구되던 재판관 전원일치 요건을 완화해 3인 중 2인 이상의 찬성만으로 사형 선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항소권도 배제되며, 집행은 확정 후 90일 이내에 교수형으로 하도록 정했다. 다만 이 법은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한 이스라엘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서안지구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점령지라는 점과 맞물려 적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레바논은 2026년 8월 의회에서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제를 법적으로 완전히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사형을 법에서 삭제했다. 2004년 1월 이후 22년간 실제 집행은 없었지만 법률상으로는 존속하던 상태를 정리한 것이다.
이처럼 2026년 현재 세계 각국은 사형제를 강화하는 쪽과 완전 폐지하는 쪽으로 갈리고 있으며, 대한민국처럼 ‘법은 존치하되 집행은 하지 않는’ 실질적 폐지국의 위치는 그 자체로 국제사회에서 계속 관찰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 알아야 할 것: 향후 전망과 체크포인트
2026년 8월 현재 사형제를 둘러싼 상황을 한 줄로 요약하면, 법은 존치, 집행은 29년째 중단, 위헌 여부는 미확정, 폐지 법안은 국회 소위 심사 중이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지점은 다음과 같다.
- 헌법재판소 2019헌바59 선고: 9인 완전체 체제가 갖춰진 이후 심리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고 시점과 결론(합헌·위헌·헌법불합치 등)이 가장 큰 변수다. 위헌 결정에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 국회 법사위 소위 심사: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소위원회 문턱을 넘어 법사위 전체회의·본회의로 이어질지 여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의안번호 2206080으로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7].
- 흉악범죄 발생 시 여론 변화: 존치 여론이 꾸준히 우세한 가운데,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 집행 재개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 대체 형벌 논의: 사형을 폐지할 경우 이를 대체할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도입 논의가 함께 진행 중이며, 이 역시 인권 관점에서 별도의 쟁점을 안고 있다.
출처
- 헌법재판소, 사형제도 관련 결정(2008헌가23) 안내
- 국가법령정보센터, 헌법재판소 결정 95헌바1(1996.11.28. 사형제도 합헌)
- 국가법령정보센터, 헌법재판소 결정 2008헌가23(2010.2.25. 사형제도 합헌)
-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사형제도 여론조사 보고서
- 공공데이터포털,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교정통계연보 오픈API
- 국민참여입법센터,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의안번호 2206080) 상세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의안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