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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와 ‘살인죄’, 법적으로는 어떻게 다를까 — 형법 제250조부터 양형기준까지

뉴스에서는 ‘살해’라는 표현이 흔히 쓰이지만, 법정에서 다투는 죄명은 ‘살인죄’다. 두 단어는 같은 사건을 가리키면서도 법적으로는 다른 층위에 있다. 이 글에서는 형법 조문과 대법원 양형기준, 공식 범죄통계를 근거로 살인죄의 성립요건, 형량 산정 방식, 자주 나오는 법정 항변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그리고 가정 내 살해·교제살인에 대한 최근 예방 제도까지 정리한다.

‘살해’와 ‘살인죄’, 뜻부터 다르다 — 형법 제250조의 성립요건

‘살해’는 사람을 죽게 만든 행위 자체를 가리키는 사실적·일상적 표현이다. 반면 ‘살인죄’는 그 행위에 고의(故意)가 인정될 때 성립하는 법적 개념이다. 즉 사람이 죽었다는 결과가 같더라도, 고의가 없었다면 과실치사죄나 상해치사죄가 적용되고 살인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형법 제250조 제1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한다[1].

형법 제250조부터 제255조까지 살인 관련 조문별 내용과 법정형을 정리한 표
살인죄 관련 형법 조문과 법정형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250조~제255조 · 2026.08 기준)

살인 관련 조문은 제250조 외에도 여러 개가 함께 작동한다. 참고로 과거 존재했던 제251조(영아살해)는 존속살해만 무겁게 처벌하고 영아살해는 가볍게 처벌하는 것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2023년 8월 개정, 2024년 2월 9일 시행된 형법에서 삭제되었다. 현재는 영아를 살해해도 일반 살인죄(제250조 제1항)가 그대로 적용된다.

조문 내용 법정형
제250조 제1항 살인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제250조 제2항 존속살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제252조 촉탁·승낙살인, 자살교사·방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제253조 위계·위력에 의한 촉탁살인 등 제250조와 동일
제254조 미수범 기수범 대비 임의적 감경
제255조 예비·음모 10년 이하의 징역

표에서 보듯 살인죄와 존속살해죄는 법정형 하한이 5년과 7년으로 다르다. 이는 이후 다룰 양형기준에서도 실제 선고형 차이로 이어진다[1].

살인죄 형량은 어떻게 정해지나 — 대법원 양형기준 5개 유형

법정형은 ‘사형~5년 이상 징역’처럼 폭이 넓기 때문에, 실제 선고형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만든 양형기준의 권고 범위를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살인범죄 양형기준은 범행 동기를 기준으로 5개 유형으로 나뉘며, 유형마다 감경·기본·가중 영역의 권고 형량 범위가 정해져 있다[2].

대법원 양형기준상 살인범죄 5개 유형별 감경·기본·가중 영역의 권고 형량범위를 정리한 표
살인범죄 양형기준 5개 유형별 권고 형량 (대법원 양형위원회, 살인범죄 양형기준 · 2026.08 기준)
유형 구분 감경 영역 기본 영역 가중 영역
제1유형 참작 동기 살인 3~5년 4~6년 5~8년
제2유형 보통 동기 살인 7~12년 10~16년 15년 이상, 무기징역
제3유형 비난 동기 살인 10~16년 15~20년 18년 이상, 무기징역
제4유형 중대범죄 결합 살인 17~22년 20년 이상, 무기징역 25년 이상, 무기징역
제5유형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20~25년 23년 이상, 무기징역 무기징역 이상

범행의 계획성, 잔인한 수단, 다수 피해자, 존속·아동 등 특정 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는 대체로 가중요소로 작용해 상위 유형이나 가중 영역으로 이동하는 근거가 된다. 반대로 자수,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처벌을 원하지 않는 유족의 의사 등은 감경요소로 고려된다[2].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은 경우에는 권고 형량범위의 상한을 최대 1.5배까지 가중할 수 있다는 점도 이 기준의 특징이다[2].

“흉기는 상징일 뿐”이라는 항변, 법원은 왜 받아들이지 않을까

법정에서 피고인이 “죽일 생각은 없었다”, “흉기는 겁을 주려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살인죄의 고의는 반드시 ‘확정적으로 죽이겠다는 의도’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자신의 행위로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결과를 인식하거나 예견하면서도 그 결과 발생을 용인한 경우, 이른바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고의 유무를 판단한다고 밝혔다[12].

즉 법원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하는 주관적 변명보다, 다음과 같은 객관적 정황을 더 중시한다.

  • 흉기를 사전에 준비했는지, 현장에 있던 물건을 우발적으로 사용했는지
  • 목·가슴 등 급소를 겨냥했는지, 공격이 한 번에 그쳤는지 반복됐는지
  •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통상적으로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 범행 후 신고·구호 조치를 취했는지, 도주했는지

“흉기는 상징일 뿐”이라는 주장은 이런 객관적 정황과 배치될 때, 즉 급소를 겨냥해 반복 공격했거나 흉기를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 있을 때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피고인의 사후 진술이 아니라 행위 당시의 위험성이기 때문이다[12].

한편 흉기를 소지한 사실만으로 곧바로 형사처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칼·쇠몽둥이 등 위험한 물건을 숨겨 지니고 다니면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2호(흉기의 은닉휴대)에 따라 1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9]. 범죄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흉기를 휴대·제공·알선하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7조(우범자)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까지 가능하다[10]. 다만 대법원은 2026년 6월 판결에서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며, ‘휴대’는 범죄 현장에서 사용할 의도 아래 소지하는 것을 뜻한다고 판시해 흉기 소지 사실만으로 우범자 처벌을 확대 적용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11].

최근 살인범죄 통계로 본 흐름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발생한 살인사건은 801건이었고, 이 중 존속살해가 60건(7.5%), 아동학대살해가 5건(0.6%)이었다[5]. 2024년 통계에서는 범죄 유형별 구성비가 일반 살인 85.9%, 존속살해 7.7%, 아동학대살해 0.6%, 촉탁승낙살인 0.4%, 자살교사·방조 5.5%로 나타났다[3].

2024년 살인범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비중을 친족, 타인, 이웃·지인, 애인, 친구·직장동료 순으로 나타낸 막대그래프
가해자-피해자 관계별 비중 (대검찰청, 범죄분석 · 2026.08 기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보면 ‘남’보다 ‘아는 사이’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24년 기준 가해자-피해자 관계는 친족 32.1%로 가장 높았고, 타인 22.6%, 이웃·지인 17.5%, 애인 11.3%, 친구·직장동료 9.0% 순이었다[3]. 친족과 애인 관계를 더하면 전체의 40%를 넘어, 살인범죄의 상당수가 낯선 사람이 아니라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발생 시간대는 밤(20시~새벽 4시)이 35.7%로 가장 많았고, 피해 결과는 사망 32.2%, 상해 43.3%로 집계돼 ‘살인’ 범죄로 분류된 사건 중 적지 않은 비중이 미수에 그쳐 상해 결과로 남았음을 보여준다[3]. 이 같은 통계는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와 국가통계포털(KOSIS)의 범죄발생 및 검거현황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4].

가정 내 살해·교제살인, 신고와 예방 체계는 어떻게 작동하나

친족·애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살인이 통계적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스토킹·교제폭력 단계에서 강력범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가 최근 잇따라 정비되고 있다. 스토킹 피해자가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도입하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2026년 3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이미 가정폭력처벌법과 아동학대처벌법에서 운영 중인 제도를 스토킹처벌법으로 확대한 것이다[15].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스마트워치의 한계를 보완하는 조치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법무부가 가해자의 전자발찌 위치 정보를 경찰에 일방향으로 제공하는 방식이었지만, 2026년 말까지 경찰 112시스템과 직접 연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동시에 파악하고, 피해자 휴대전화 접근 알림을 스마트워치와 연동하는 시스템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13]. 경찰청은 2026년 7월 28일 ‘범죄피해자보호과’를 신설해 신변보호 조치의 이행 여부를 점검·관리하는 현장 진단 기능을 두고, 민간 경호 지원과 CCTV 설치, 긴급 신고 스마트워치 배부 등을 총괄하도록 했다[14].

스토킹·교제폭력 피해를 겪고 있다면 112 신고와 함께 스토킹처벌법상 응급조치·잠정조치(접근금지 등)를 요청할 수 있고, 2026년 도입된 피해자보호명령을 통해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15].

자주 묻는 질문

질문 답변
‘살해’와 ‘살인죄’는 뜻이 다른가 ‘살해’는 사람을 죽게 한 행위 자체를 가리키는 일상어이고, ‘살인죄’는 그 행위에 고의가 인정될 때 성립하는 법적 개념이다. 고의가 없으면 과실치사죄 등이 적용된다[1].
존속살해와 일반살인 형량 차이는 얼마나 되나 법정형 하한이 다르다. 일반 살인은 5년 이상의 징역, 존속살해는 7년 이상의 징역이며 상한은 둘 다 사형·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1].
살인미수는 형량이 얼마나 줄어드나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 양형기준에서도 미수범죄의 권고 형량범위는 기수 범위의 하한을 3분의 1로, 상한을 3분의 2로 감경해 적용한다[2][8].
흉기를 소지만 해도 처벌되나 정당한 이유 없이 칼 등을 숨겨 지니면 경범죄처벌법 위반(1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료)이 될 수 있고, 범죄에 쓰일 우려가 있는 흉기를 휴대하면 폭력행위처벌법 제7조(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단순 소지 사실만으로 우범자 처벌을 확대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 판단이다[9][10][11].
심신미약이면 감형되나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장애로 사물변별·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에 대해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감경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재량으로 판단하는 임의적 감경이며,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경우(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7].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는 어떤 때인가 형법 제21조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침해의 현재성·부당성, 방위 의사, 방위행위의 상당성이 함께 인정돼야 하며, 방위 정도를 초과하면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을 뿐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6].

출처

  1.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250조~제255조(살인의 죄)
  2. 대법원 양형위원회, 살인범죄 양형기준
  3. 대검찰청, 범죄분석 – 살인
  4. 국가통계포털(KOSIS), 범죄발생 및 검거현황
  5. 뉴시스, “아들 총기 살해 ‘패륜’ 父…’비속살해죄 없어 존속살해죄도 폐지'”
  6.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21조(정당방위)
  7.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8.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25조(미수범)
  9. 국가법령정보센터, 경범죄처벌법 제3조
  10. CaseNote,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7조(우범자)
  11. 파이낸셜뉴스, “대법 ‘흉기 소지했단 사실만으론 우범자 처벌 못 해'”
  12. CaseNote,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살인)
  13. 경기일보, “남양주 스토킹 살해 계기…전자발찌·스마트워치 정보 연계”
  14. 헤럴드경제, “스토킹 뒤 살인 반복에 경찰청 ‘범죄피해자보호과’ 신설”
  15. 법무부,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도입하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