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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도 안심 못 하는 ‘노쇼 피싱’, 대리구매 사기 수법과 예방법

공공기관이나 유명인을 사칭해 소상공인에게 물품 대리구매를 요구한 뒤 대금만 가로채고 사라지는 신종 사기 ‘노쇼 피싱(대리구매 사기)’이 2025년 이후 전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경찰청은 2026년 3월 27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소상공인 약 79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예방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1]. 이 협약 이후에도 피해 신고는 계속 늘어, 서울 송파구의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처럼 대량 거래가 일상적인 공간의 소상공인들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4][5].

가락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확산 중인 노쇼 피싱

가락시장은 청과 462개 점포, 수산 206개 점포가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다[4]. 이곳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나 상인회 차원에서 노쇼 피싱에 대한 별도의 예방 공지를 냈는지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5]. 하지만 경찰청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손잡고 전국 소상공인을 상대로 예방 홍보에 나선 배경 자체가, 특정 업종이 아니라 물품을 대량으로 사고파는 소상공인 전반이 표적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1]. 실제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2026년 6월 30일 신종 피싱 의심 계좌에 대한 거래정지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이후 8월 4일까지 약 5주간 금융회사에 신고돼 임시조치된 신종 피싱 계좌는 4,935건에 달했고, 이 중 최종 확정된 임시조치 3,750건 가운데 노쇼사기(대리구매 사기)가 1,376건(3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6][8].

‘노쇼 피싱(대리구매 사기)’이란 무엇인가

노쇼 피싱은 시청 공무원, 대학교 관계자, 교도소 직원, 소방서 직원 등 공공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소상공인에게 접근한 뒤, 특정 업체로부터 물품을 대신 구매하도록 유도해 대금을 가로채는 조직적 사기다[1][6]. 위조한 명함이나 공무원증, 공문서를 제시해 신뢰를 얻은 뒤 “내부 감사”나 “예산 부족”을 핑계로 대리구매를 요청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6]. 경찰청은 이 범죄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1].

노쇼 피싱의 세 가지 유형인 물품 대리구매형, 식당예약형, 안전점검 유도형과 각 수법을 정리한 비교표
노쇼 피싱 3대 수법 (경찰청 · 2026.08 기준)
유형 수법
물품 대리구매형 공공기관을 사칭해 거래를 제안한 뒤 특정 업체에서 특정 물품을 구매하도록 요구
식당예약형 단체 회식을 예약한 뒤 고가 주류나 음식 대리구매를 요구
안전점검 유도형 소방서 등을 사칭해 점검 장비 등 특정 업체 물품 구매를 강요

이름은 ‘노쇼(No Show)’이지만, 실제로는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가 먼저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대리구매 사기와 본질적으로 같은 범죄로 다뤄진다[1][6].

실제 피해 사례로 보는 수법

전자기기 납품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OO시청 공무원 B씨”라는 사람으로부터 차량용 무전기 대리구매를 요청받아 지정된 “C상사” 계좌로 대금을 입금했지만 약속된 환급을 받지 못했다[6]. 다른 소상공인은 “시청에서 사용할 무전기를 대신 구매해주면 납품가와 도매가의 차액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물품을 구매했다가 그대로 피해를 입었다[9]. 부산의 한 중식당은 남성 예약자로부터 24인분 음식과 고가 술 6병 주문을 받았으나 예약 당일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고, 울산의 한 고깃집은 유명 배우를 사칭한 예약자로부터 30명분 음식과 병당 90만 원짜리 와인 8병, 총 720만 원어치 주문을 받았다[7]. 전남의 한 숙박업소는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를 사칭한 이로부터 방 15개를 예약받은 뒤 도시락 대금 840만 원을 대신 결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강릉에서는 교도관 행세를 한 예약자에게 속은 자영업자 5명이 총 6,355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7].

가락시장이 표적이 되기 쉬운 이유 — 도매시장 거래 환경의 특수성

경찰청이 밝힌 노쇼 피싱의 표적은 회식 예약이 잦은 식당이나 대량 물품을 취급하는 소상공인이다[1]. 그런데 가락시장의 거래 환경은 이 조건과 상당 부분 겹친다. 가락시장의 농산물은 저녁 6시부터 10시 반까지 반입돼 밤 10시부터 경매가 시작되고, 수산물은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반입돼 새벽 1시부터 경매가 이뤄진다[4]. 즉 거래의 상당 부분이 관공서나 은행 등에 실시간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심야·새벽 시간대에 이뤄진다. 여기에 청과 462개, 수산 206개 점포가 24시간 쉬지 않고 대량의 현금성 거래를 처리하는 구조라, 낯선 거래처의 갑작스러운 대량 주문이나 대금 선입금 요청이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4][5]. 식당·숙박업이 ‘예약 후 노쇼’라는 눈에 띄는 이상 신호로 피해를 알아채는 것과 달리, 도매시장에서는 대량·현금 거래 자체가 일상이기 때문에 사기성 주문과 정상 주문을 구분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전국 확산 현황 — 신고 건수와 피해 규모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노쇼사기 신고는 2,892건, 피해액은 414억 원에 달했다[7]. 같은 기간 부산·울산·경남 지역만 놓고 보면 326건, 5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지역별로는 부산 110건(10억 원), 울산 99건(22억 원), 경남 117건(18억 원)이었다[7]. 이후 2026년 들어 피해는 더 조직화·대형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2026년 1월에는 관공서 등 144개 기관을 사칭해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한 조직원 52명이 구속되고 이 중 49명이 국내로 송환됐는데, 이들은 2025년 8월 22일부터 12월 9일까지 넉 달 만에 피해자 210명으로부터 71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12]. 앞서 2025년 11월에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을 거점으로 한 또 다른 조직이 적발돼 전국 560여 건, 69억 원 규모의 범행이 확인되고 국내외 조직원 114명이 검거된 바 있다[11].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노쇼사기 신고 2,892건, 피해액 414억원, 검거율 0.7%를 보여주는 통계 카드
전국 노쇼사기 신고·피해·검거 현황 (뉴스경남 · 2026.08 기준)
구분 기간 신고·피해 건수 피해액
전국(부울경 제외) 2025.1~7 2,892건 414억 원
부산·울산·경남 2025.1~7 326건 50억 원
신종 피싱 계좌 임시조치 전체 2026.6.30~8.4 4,935건 신고(3,750건 확정)
이 중 노쇼·대리구매 사기 2026.6.30~8.4 1,376건(확정 임시조치의 37%)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거점 조직 적발 2025.11 560여 건, 114명 검거 69억 원
캄보디아 거점 관공서 사칭 조직 2025.8.22~12.9 210명 피해, 52명 구속 71억 원

검거가 어려운 이유 — 해외 거점과 법의 사각지대

피해가 이렇게 큰데도 실제 검거율은 극히 낮다.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접수된 노쇼사기 신고 2,892건 중 검거된 사건은 22건, 검거율로는 0.7%에 그쳤다[7]. 부산·울산·서울·인천·세종·경기북부·충남·경북·제주 지역은 같은 기간 검거 건수가 아예 0건이었다[7]. 검거가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조직이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을 거점으로 한 조직은 컴퓨터·태블릿·방음 부스까지 갖춘 사무실에서 1선(군·정당·경호처 등 사칭), 2선(도매상 위장 계약금 수취), 중계기 관리책, 자금세탁 조직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했다[11]. 경찰은 인터폴과 공조해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총책을 추적 중이지만, 국내 조직원 17명은 여전히 현지에서 검거를 피하고 있다[11]. 국내에서는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010’ 등 국내 번호로 변작하는 불법 중계기가 범행을 뒷받침한다. 2026년 3월부터 5월까지 전북 지역 원룸 4곳에서 활동한 중계기 관리책 4명은 휴대전화 303대와 유심 1,969개, 라우터 8대를 동원해 전국에서 노쇼 사기 5건, 피해액 약 1억 4,000만 원 상당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구속됐다[10].

2025년 1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해외 거점 노쇼 사기조직이 검거된 주요 사건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타임라인
해외 거점 노쇼 사기조직 검거 타임라인 (다음뉴스·국민일보 · 2026.08 기준)

두 번째 이유는 법 적용의 사각지대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를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7]. 대리구매 사기는 형식적으로 ‘물품 거래’의 외양을 띠고 있어 이 예외 조항에 걸릴 소지가 있고, 그만큼 피해 계좌에 대한 신속한 지급정지·환급이 보이스피싱보다 까다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7].

경찰·정부의 대응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의 예방 협업

경찰청은 2026년 3월 27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효섭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과 인태연 공단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소상공인 약 790만 명을 보호 대상으로 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1]. 공단은 2026년 2월 9일부터 182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노쇼사기 주요 수법을 안내하는 메시지를 발송했고, 5,790억 원 규모의 경영안정 바우처 지원사업과 연계해 예방 정보를 홍보하고 있다[1]. 소상공인24 포털 등에도 예방 자료가 게시돼 있으며, 양 기관은 향후 실효성 있는 피해 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문·협력하기로 했다[1]. 이와 별도로 금융정보분석원은 2026년 6월 30일부터 신종 피싱 의심 계좌에 대한 거래정지 업무처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노쇼사기를 포함한 신종 피싱 의심 계좌를 신고 즉시 임시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6].

지금 할 수 있는 예방 수칙

금융당국은 공공기관이 특정 업체의 물품을 대신 사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100% 노쇼사기라고 못박고 있다[6]. 아래 원칙만 지켜도 대부분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상황 대응 원칙
공공기관 직원이라며 휴대전화로 계약·납품·대리구매를 요청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 응하지 않는다[6]
평소 취급하지 않는 물품의 대리구매 요청 단호히 거절한다. 정상적인 공공기관은 대리구매를 요구하지 않는다[6]
“내부 감사·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선입금 요구 정상 거래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요구로 간주하고 거래를 중단한다[6]
명함·공무원증·공문서로 신뢰를 형성하려는 시도 위조 여부와 무관하게, 문서만으로 송금하지 말고 소속 기관에 별도로 확인한다[1][6]
회식·단체 예약 후 고가 주류·물품 사전 결제 요구 예약금과 별개의 대리구매·선결제 요구는 거절한다[1][7]

피해를 입었다면 — 신고 및 피해 구제 절차

이미 송금했다면 가장 먼저 송금 은행 콜센터나 영업점에 연락해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관할 경찰서 민원실을 방문해 신분증과 채팅 내역, 입금 내역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하고 진정서를 작성하면 된다. 온라인으로는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을 통해 접수할 수 있고, 피싱 범죄 전반에 대한 예방 정보와 신고 안내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지킴이(피싱 안전 SOS)’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2][3]. 해당 사이트는 보이스피싱, 스미싱, 발신번호 조작 문자 등 유형별 신고 절차를 안내하며, 금융 결제나 개인정보를 요구받았을 때는 절대 응하지 말고 즉시 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2]. 가락시장을 비롯한 도매시장 소상공인이라면, 거래처를 사칭한 연락을 받았을 때 곧바로 대금을 이체하기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나 소속 상인회 등 공식 창구를 통해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는 절차를 갖추는 것이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4][5].

출처

  1.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경찰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협업하여 신종 피싱범죄(노쇼사기, 대리구매 사기) 예방한다”
  2. 피싱 안전 SOS(counterscam112.go.kr) 공식 사이트
  3. 피싱 안전 SOS, 피싱 예·경보 게시판
  4. 송파구청, 가락시장 소개 페이지
  5.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공식 홈페이지
  6. 헤럴드경제, “‘OO 시청인데요, 여기에 1천만원 입금해주세요’ 연락 받았다면 100% 사기”
  7. 뉴스경남, “최근 발생하는 사기수법에 대한 주의 요망” 칼럼
  8. 이투데이, “‘공무원 대리구매 요청은 100% 사기’…신종피싱 주의보”
  9. 농민신문, “‘납품가 차액 드릴게요’…공무원 사칭 ‘대리 구매 사기’ 주의”
  10. 국민일보, “휴대전화 303대·유심 1969개 동원…노쇼 사기 중계기 관리책 4명 구속”
  11. 다음뉴스, “‘캄보디아 거점’ 69억 규모 노쇼 사기단 적발”
  12. 다음뉴스, “관공서 사칭 ‘캄보디아 노쇼 사기단’ 52명 구속 (종합)”